[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학교 모듈러교실 계약에서 최근 4년간 99건·약 1,300억 원 규모의 입찰담합 혐의를 적발한 가운데, 세종교육청은 2023년 세종고의 약 14억8천만 원 모듈러 임시교사 임대계약은 이번에 문제가 된 제안평가 방식과 다른 가격입찰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초·중·고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에서 최근 4년간 99건, 약 1,300억 원 규모의 입찰담합 혐의를 적발했다. 사진은 특정 학교나 업체의 담합을 의미하지 않고 이번 모듈러교실 계약 문제와 공공조달 제도개선 필요성을 표현한 AI 제작 이미지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전국 초·중·고 모듈러교실 계약에서 가족·친족 관계 업체들이 함께 입찰에 참여해 가격경쟁을 왜곡했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세종지역의 과거 계약과 함께 공공조달 과정에서 반복적인 담합 의심 패턴을 사전에 걸러낼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14일 이명순 부패방지 부위원장 브리핑을 통해 ‘초·중·고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 입찰담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지난 3월 특정 업체가 유착관계 업체들과 동시에 입찰에 참여해 가격경쟁을 왜곡하고 낙찰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부패신고를 접수한 뒤 전국 13개 지역, 33개 초·중·고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권익위는 가족·친족으로 구성된 피신고 업체들의 입찰담합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피신고 업체 2개사가 최근 4년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된 규모는 99건, 약 1,300억 원으로 전체 발주물량 324건의 약 31%에 해당한다.
업체별로는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A업체가 76건, 약 1,000억 원을 수주했고 B업체는 23건, 293억 원을 수주했다. C업체는 실제 수주보다 이른바 ‘들러리’ 역할을 한 것으로 권익위는 보고 있다.
특히 권익위는 이들 업체의 입찰담합으로 카탈로그 계약의 모듈러당 가격이 총액계약 방식보다 최대 3배 이상 상승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전인터넷신문이 권익위 발표 직후 세종교육청의 과거 모듈러교실 계약을 취재한 결과, 세종고에서도 2023년 학교 개축공사 기간 사용할 임시교사 목적으로 약 14억8천만 원 규모의 모듈러 임대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023년도 세종고 개축공사를 할 때 모듈러를 임시교사로 1년간 임대해 사용한 계약이 있다”며 “당시 계약금액은 14억8천만 원 정도였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청은 세종고 계약이 권익위가 이번 조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업체 제안평가 방식과는 계약 절차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세종고는 제안서를 받아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업체를 선정하는 형태가 아니었다”며 “필요한 물량을 1년간 사용하는 조건으로 업체들이 가격을 투찰하고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만으로 세종고의 14억8천만 원 규모 임대계약을 권익위가 적발한 입찰담합 혐의 계약과 직접 연결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종교육청은 권익위 조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거나 별도의 조사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조달청으로부터 이번 사안과 관련한 업체 통보나 자료제출 요청 등을 받은 사실 역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권익위가 현장조사한 전국 33개 학교에 세종지역 학교가 포함됐는지는 교육청도 현재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교육청 관계자는 “세부적인 대상 학교 명단을 받지 못해 조사 대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며 “권익위에 따로 자료를 제출한 적은 없어 대상이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33개교 명단을 모르기 때문에 포함 여부를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개별 업체의 담합 혐의를 넘어 공공조달 과정에서 반복적인 공동 입찰과 가격제안 패턴을 사전에 걸러낼 검증장치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수요기관이 사업을 발주하고 조달제도를 통해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 발주와 제안요청, 업체 평가, 계약, 검사·검수 등 각 단계의 역할이 나뉠 수 있는 만큼 어느 한 기관의 책임으로 단정하기보다는 단계별 검증과 책임체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동일하거나 연관성이 있는 업체들이 여러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함께 참여하거나 일정한 가격제안·낙찰 패턴을 보일 경우 이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상시 점검체계가 필요하다. 수요기관 역시 과거 계약가격과 실제 납품가격 등 객관적인 비교정보를 확보해 제안가격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조달청도 권익위 조사와 별도로 임시학교건물인 모듈러교실 임대서비스 계약현황을 자체 점검해 일부 업체의 반복적인 공동 참여와 가격제안 양태 등에서 담합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달청은 권익위 발표에 앞선 지난 8월 18일 해당 정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 업체에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권익위 조사에서는 가격 문제뿐 아니라 계약 단계별 허점도 드러났다. 설계 단계에서는 카탈로그 계약의 제안가격 선정 기준이 없어 담합을 통해 제안가격과 낙찰가격이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됐고, 발주 단계에서는 특정 업체에 유리한 항목을 평가항목으로 채택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납품 등 계약 이행 과정에서는 실내공기질 측정 부실 등 규정 위반행위도 확인됐다. 모듈러교실의 경우 학생과 교사가 실제 생활하는 교육시설인 만큼 가격경쟁뿐 아니라 품질과 안전에 대한 검사·검수의 실효성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조달청은 이에 따라 실제 계약·납품 사례의 요구규격과 실제 납품된 세부사양, 계약가격을 비교·분석해 유사 납품규격별 가격 범위를 수요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수요기관이 사업예산과 제안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비교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검사·검수 주체와 방법·절차, 계약상대자의 자료제출 및 검사 협조 의무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과업지시서 개정도 추진한다.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업체 간 특수관계와 반복적인 공동 참여, 가격제안 및 낙찰 패턴을 조기에 포착하고 수요기관과 조달기관이 단계별로 이를 교차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공공조달의 공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명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특정 업체들에 의한 입찰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시켜 국가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특히 모듈러교실의 품질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므로 이번 입찰담합과 품질 관리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본지 취재에서 파악된 세종고 모듈러 임시교사 계약은 약 14억8천만 원 규모로, 세종교육청은 권익위가 문제 삼은 제안평가 방식과 달리 가격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권익위가 현장조사한 전국 13개 지역 33개교의 구체적인 명단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세종지역 학교의 조사대상 포함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향후 조사대상 학교와 담합 혐의 업체가 구체화되면 세종지역 과거 계약의 연관성 여부와 함께 공공조달 과정에서 사전 검증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추가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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