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초ㅚ대열기자] 세종시교육청이 2027년 중학교 3학년 약 5,4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대 30%의 학생 자부담과 대규모 재정, 안전·교육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면서 ‘보편적 진로교육’의 실현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종시교육청 청사 앞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가 게시한 ‘글로벌 진로탐험대’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현수막을 통해 ‘260억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 반대’ 등의 문구를 내걸고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수막에 적힌 260억 원은 전교조 세종지부가 제시한 금액으로 교육청 사업 설명자료의 ‘200억’과 차이가 있어 산출 근거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교육청이 강미애 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2027년 초 시행한다는 목표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했지만 교육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업의 타당성과 교육재정 우선순위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특수학교와 공립 위탁형 대안학교를 포함한 관내 중학교 3학년 약 5,400명을 대상으로 최대 5박7일 일정으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대만·일본·미국·캐나다·스위스 등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산업체 등을 찾아 진로체험에 참여한다. 글로벌 기업·대학·연구기관 체험과 전문가 멘토링, 스타트업 창업 프로그램, 팀 프로젝트 등에 사전·사후 진로교육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교육청은 이 사업을 ‘대한민국 최초의 보편적 글로벌 진로교육’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정의 소득과 거주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진로체험 기회를 공교육이 제공해 교육격차를 줄이고 학생들의 진로·학습 동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교육청은 세종 중·고생 1인당 진로체험이 1.2회로 전국 평균 1.72회보다 적다는 2024년 교육부 진단 지표와 진로체험 인증기관이 23개에 그친다는 점도 사업 추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강조하는 ‘모든 학생에게 보장되는 글로벌 진로교육’과 실제 사업 구조 사이에는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자부담이다. 교육청은 전체 비용의 30% 이내를 학생이 부담하도록 하고 취약계층 학생에게는 전액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취약계층 지원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가정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직이나 폐업, 갑작스러운 소득 감소 등으로 가계 형편이 어려워졌지만 제도상 지원대상이 아닌 가정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학생 본인이 참여를 희망하더라도 가정이 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면 국외 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400명 전원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5,400명 모두가 경제적 제약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육청은 국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을 대상으로 국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로 국외 대신 국내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이 발생한다면 가정환경에 따른 진로체험 격차를 줄이겠다는 사업 취지와 충돌할 여지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도 사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25일 본지가 확인한 결과 세종시교육청 청사 출입구 인근에는 전교조 세종지부가 설치한 ‘세종시교육청 260억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 반대!’라는 현수막이 게시돼 있었다.
현수막에는 ‘초3 학생 미국교과서, 중3 학생 미국여행으로 세종학생 수 증가??’라는 문구도 담겼다. ‘미국여행’은 전교조 세종지부가 사업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으로, 교육청은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국내외 진로체험과 사전·사후 교육을 결합한 진로교육 사업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교조 세종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규모 재정 투입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충분히 검증됐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이 효과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이런 사업에 쓰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짧은 기간 동안 갔다 오는 것이 아이들의 진로를 탐색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수막에 적힌 ‘260억 원’에 대해서는 교육청 재정 약 200억 원에 가정 부담 약 60억 원을 더한 금액이라는 것이 전교조 측 설명이다.
다만 교육청이 배포한 사업 설명자료에는 ‘200억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 개요’라고 명시돼 있어 200억 원이 교육청 부담액인지 전체 사업 규모인지, 전교조가 제시한 가정 부담 60억 원의 정확한 산출 근거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260억 원은 현재 교육청이 확정한 총사업비가 아니라 전교조 측이 제시한 규모로 봐야 한다.
전교조는 학생 자부담에 따른 교육격차 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생 1명당 가정 부담을 100만∼150만 원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적은 돈이 아니다”며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상처받는 친구들도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전교조 측 추산으로 학생별 실제 자부담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방문 국가와 일정, 교육청 지원 규모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교육청이 국가별 예상 사업비와 학생 부담액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안전 문제도 핵심 쟁점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해 안전이나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문제 때문에 국내 현장체험도 굉장히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5,400명의 학생을 대거 해외로 데리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안전에 관한 부분에서 굉장히 취약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탐험단별 인솔자 1명과 전문 가이드 1명을 배치하고 전문 안전요원, 현지 응급의료체계 연계, 24시간 비상대응 시스템, 감염병·재난 대응 매뉴얼과 학부모 실시간 소통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심리·정서 고위기 학생 등 별도 관리가 필요한 학생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별도의 안전관리 세부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5,400명의 학생이 여러 국가와 지역으로 나뉘어 이동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인솔자 1인당 학생 수와 전문 안전요원 배치 규모, 사고 발생 시 책임과 보험 범위, 현지 의료기관 연계와 재난 발생 시 귀국대책 등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과제다. 전교조 관계자는 향후 지방교육재정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이게 올해만 시행하는 게 아니라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해야 되는 사업”이라며 “예를 들어 2년 하고 그만둔다고 하면 혼란도 엄청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세종시교육청은 세종시와 2027년 이후 학교 무상급식 재원 분담 문제도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무상급식 예산을 줄여 글로벌 진로탐험대에 투입한다고 볼 근거는 없으며 두 사업의 재원이 직접적인 대체 관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교생활과 직결되는 보편적 교육복지인 무상급식의 재원 분담을 다시 정해야 하는 시기에 교육감 핵심 공약인 대규모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한정된 교육재정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교육청의 설명이 필요하다.
예산 확보도 사업 추진의 또 다른 관문이다.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관련 사회보장제도 절차가 마무리되더라도 사업비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신규 사업비를 집행하려면 추경 등을 통한 예산 편성과 세종시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복지부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시의회가 사업의 필요성과 교육효과, 학생 자부담, 재정 지속 가능성 등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실제 사업 시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현재 방식의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학생들의 진로교육과 다양한 체험기회를 확대하는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전교조 관계자는 “아이들 진로와 관련해 경험을 주고 교육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교육감 핵심 공약이라고 해서 이렇게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진로와 관련된 것들을 충분히 논의해 잘 만들어 추진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안으로는 대규모 재정을 한 번에 투입하는 방식보다 현장체험학습의 법적 보호와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하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생들이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기회를 일상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법적인 보호와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교육과정에 맞춰 아이들이 직접 가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자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업을 전면 시행하기에 앞서 일정 규모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교육효과와 안전성, 실제 소요비용, 학생·학부모 만족도를 검증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국외 체험 필요성이 높은 분야는 해외 기업·대학·연구기관을 활용하고 국내에서 충분한 체험이 가능한 분야는 국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산업체 등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설계하면 재정부담을 낮추면서 진로교육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청이 ‘보편적 글로벌 진로교육’을 내세우려면 사업 규모를 조정하더라도 취약계층 지원기준 밖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까지 포함해 자부담 때문에 참여를 포기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본지는 사업비 산출 근거와 학생별 예상 자부담액, 취약계층 지원기준 밖 경제적 곤란 학생에 대한 지원대책, 추경 편성 규모와 재원 조달방안 등에 대한 교육청의 입장을 듣기 위해 공보관실을 통해 담당 부서와의 통화를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담당 부서의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교육청의 추가 설명이 확인될 경우 관련 입장을 반영할 예정이다.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둘러싼 쟁점은 국외 진로체험 자체의 찬반만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 교육청이 내세우는 보편성과 실제 학생 부담 구조가 일치하는지, 대규모 교육재정 투입에 상응하는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계속사업으로서 재정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감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업의 규모와 시행시기를 서두르기보다 복지부 절차와 의회 예산심사, 교육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사업의 적정 규모와 시행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특히 ‘모든 학생에게 보장되는 교육’을 표방한다면 가정의 경제력이 학생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사업 추진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