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서울·수도권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국정조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앙선관위가 공식 사과한 데 이어 선거 현장에서는 유권해석 혼선과 지자체 공무원 의존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이어지면서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이 5일 국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선관위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을 시각화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국민의힘 이달희 국회의원(비례대표)은 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지난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및 선거관리 부실 논란과 관련해 국정조사 실시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필요성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당초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서울·수도권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구할 예정이었으나 발언이 무산되자 나경원 의원과 함께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선거 부실 관리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국민 주권과 참정권에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찾은 투표소에서 용지가 부족해 대기하거나 투표가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관리는 단순한 행정 사무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형성하는 가장 본질적인 국가사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과거 코로나19 당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투표용지 부족과 현장 대응 혼선까지 발생했다"며 "선관위를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역처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투표소별 선거인 수와 투표용지 준비량, 인쇄 매수 산정 기준, 내부 결재 과정, 지휘·보고 체계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투표 관리 시스템과 개표 시스템, 수검표 절차,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 등 선거관리 전반의 안정성과 완결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큰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광진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앙선관위는 부족 사실을 확인한 뒤 해당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를 긴급 이송했다.
허 사무총장은 "대기 중인 유권자들은 투표 마감 시각 이후에도 모두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며 "개표 종료 직후 투표용지 부족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현장 실수를 넘어 선거관리 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 운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투표용지 인쇄 물량 산정 방식과 현장 공급 체계, 비상 대응 시스템, 선거인 수 예측 방식 등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선거사무 지원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확대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그동안 선거사무 강제 차출과 장시간 근무, 낮은 수준의 수당 지급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공무원노조는 선거관리 업무가 국가의 핵심 사무임에도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에게 의존하는 현재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은 투표사무원과 개표사무원, 선거지원 인력으로 대거 투입되고 있다. 선거 전후 준비와 교육, 선거 당일 새벽부터 심야까지 이어지는 근무에도 불구하고 보상 체계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선거 현장에서 나타난 유권해석과 지침 적용의 일관성 문제도 개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이번 지방선거 기간 세종지역 다수 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 현장을 직접 취재한 결과, 선관위가 배치한 현장 관리 인력들의 안내와 유권해석이 행사장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일부 개소식에서는 선관위 측이 "선거사무소 내부에서만 행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안내하며 사무실 밖에 모인 지지자들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발길을 돌리도록 했다. 반면 다른 후보의 개소식에서는 선거사무소 주변이나 건물 복도에 모여 있는 지지자들에 대해 별다른 제재 없이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실제 일부 선거사무소는 2~3평 규모에 불과해 지지자들이 모두 내부에 입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현장 관리 인력은 사무실 내부 행사만 허용한다는 취지로 안내했고, 또 다른 현장에서는 복도와 출입구 주변까지 허용하는 등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됐다.
이 같은 사례는 특정 후보의 유불리 문제를 떠나 선거 현장에서 공직선거법 해석과 적용 기준이 담당자별로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권과 선거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선관위가 선거 때마다 채용하는 한시적 선거사무 인력에 대한 교육과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선관위의 물품 관리 체계뿐 아니라 선거사무 종사자 교육, 유권해석 전달 체계, 현장 지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특정 투표소의 관리 소홀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 조직 운영과 선거사무 지원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선거 절차에 대한 국민 신뢰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만큼 독립성과 함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선거 현장 혼선을 넘어 대한민국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와 중앙선관위의 자체 조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또 이를 계기로 선관위 조직개편과 선거사무 운영 체계 개선 논의가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