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세종경찰청이 선거사범 33명을 단속한 가운데 온라인 흑색선전과 가짜뉴스가 전체의 4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혼선 논란까지 겹치면서 선거범죄 대응과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세종경찰청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사범 33명을 단속한 가운데 온라인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선거범죄, 투표용지 부족 논란, 선관위 유권해석 혼선 등이 선거 이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선거범죄 단속과 선거관리 체계 개선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래픽.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세종시 정치지형 변화뿐 아니라 우리 선거제도가 안고 있는 새로운 과제를 드러낸 선거로 평가된다.
세종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운영한 선거사범 수사전담팀과 24시간 수사상황실을 통해 현재까지 총 20건, 33명의 선거사범을 단속했다. 이 가운데 3명은 검찰에 송치됐으며 30명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유형별로는 흑색선전이 13명(39.4%)으로 가장 많았고 금품수수 10명(30.3%), 사전선거운동 5명(15.2%), 기타 4명(12.1%), 인쇄물 배부 1명(3.0%) 순으로 집계됐다.
수치가 보여주는 가장 큰 변화는 선거범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흑색선전 적발자 13명 가운데 오프라인은 단 1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2명은 SNS와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흑색선전의 90% 이상이 인터넷과 모바일 공간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선거범죄가 과거 거리 유세나 인쇄물 배포 중심에서 유튜브, 카카오톡, SNS 등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 사례까지 적발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후보자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하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허위정보 생산 비용은 낮아지고 파급력은 커지고 있다. 선거 직전 유포되는 딥페이크 영상은 사실 확인이 이뤄지기 전에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공무원 선거관여, 선거폭력, 불법단체동원 등 전통적인 중대 선거범죄가 세종지역에서는 적발되지 않은 점은 비교적 성숙한 선거문화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선거범죄 문제와 별개로 선거관리 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남겼다. 전국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용지를 긴급 이송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민주주의의 핵심 절차인 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가 대기하거나 투표가 지연된 것은 단순 현장 문제가 아니라 선거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높은 투표 참여 가능성까지 고려해 준비하는 것이 선거관리기관의 기본 책무인데도 실제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며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실수보다 구조적인 관리 부실 문제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는 수천만 명이 참여하는 국가적 행사인 만큼 투표용지 수급과 비상대응 시스템이 충분히 작동했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 현장에서 제기된 유권해석 혼선 논란도 선관위 신뢰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선거운동 가능 범위와 선거법 적용 기준, 참관인 활동, 투표 관련 절차 등을 두고 일부 선관위 직원들의 설명이 서로 달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선거법은 위반 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지역이나 담당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안내가 이뤄질 경우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도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선거 공정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딥페이크와 가짜뉴스에 대한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찰과 선관위, 플랫폼 사업자 간 협업을 통해 허위정보를 조기에 탐지하고 신속히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
둘째, 선관위의 유권해석 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 중앙선관위 차원의 통합 질의응답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답변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과 매뉴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투표용지와 선거물품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선거 당일 실시간 재고관리 시스템 구축과 비상수송 체계 개선, 사전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넷째, 선관위 조직 운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 선거관리의 독립성은 보장하되 반복되는 논란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 규명과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경찰청은 선거사건 공소시효가 선거일로부터 6개월인 점을 고려해 앞으로 4개월간 집중수사기간을 운영하고 모든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치러졌지만, 온라인 선거범죄 증가와 선거관리 논란이라는 전국적 과제를 동시에 드러냈다. 공정한 선거는 단순히 범죄를 적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권자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관리체계까지 갖춰질 때 비로소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선거는 보여주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