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정부가 2027년 도입을 추진하는 ‘청년 첫 취업 지원제도’를 놓고 분리 가구 청년의 부모 소득 미반영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실제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의 지원 여부를 반영한 기준 마련이 과제로 제기됐다.
가족의 지원 여건이 다른 청년들의 취업 준비 모습을 대비해 청년 구직수당의 지원 형평성 문제를 표현한 이미지. 실제 인물이나 수급 사례와 무관한 AI 제작 이미지. [대전인터넷신문AI생성]
고용노동부의 2027년 예산안 안내에 따르면 청년 첫 취업 지원제도에는 3,793억 원이 편성됐으며 지원 규모는 16만 명이다.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에게도 구직촉진수당과 진로탐색, 일경험·훈련 연계, 모의면접 등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상이다. 현재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내용으로, 최종 시행 조건과는 구분해야 한다.
정부 공식 안내는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취업 준비청년에게 월 65만 원씩 6개월간 최대 39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첫 일자리를 구하는 동안 생계 부담을 줄여 취업 준비를 이어가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SBS Biz는 지난 2일 ‘고소득 부모 자녀도 65만원 따박따박…‘청년 첫 구직수당’ 형평성 논란’ 보도에서 부모와 별도 가구를 구성한 청년의 지원 자격을 심사할 때 부모 소득 수준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을 인용해 취업 경험 요건을 없애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구직활동만 하고 수당을 받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는 도입을 추진하는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 관한 문제 제기로, 고소득 부모의 자녀가 실제 수당을 받은 사례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노동부는 같은 날 설명자료에서 취업 경험이 없는 저소득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제도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구 분리 청년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단절된 저소득 청년 등이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개인별 취업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해야 수당을 지급하므로, 부모와 가구를 분리한 모든 청년이 지원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취업 경험이 없는 청년에게 지원 기회를 넓히는 방향에는 의미가 있다. 첫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이 과거 취업 이력 부족으로 지원에서도 밀려나는 문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원 확대의 필요성과 대상 선정의 형평성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고려하면 부모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받는 청년에게까지 생계 목적의 공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취업 준비 기간의 생활비와 주거비를 부담할 여력이 있고 실제 지원도 한다면, 가족의 도움 없이 생계와 구직을 병행하는 청년에게 재원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정책 목적에 더 부합한다.
가구 분리 여부가 실질적인 경제적 독립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부모에게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받으면서 별도 가구를 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소나 가구 구성의 차이가 실제 생활 형편보다 지원 여부를 좌우하지 않도록 심사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취업활동계획 이행과 경제적 지원 필요성은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취업활동계획은 참여자가 구직 의무를 다했는지 확인하는 장치다. 부모의 지원을 충분히 받는 청년에게 생계 목적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까지 대신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가족의 경제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자에게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가족에게 부양할 여력이 있다는 판단과 당사자가 실제로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청년 취업 지원뿐 아니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에서도 살펴야 할 쟁점이다. 다만 기초생활보장은 급여별 기준이 다르다. 보건복지부 안내에 따르면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다. 생계급여는 생계·주거를 달리하는 1촌 및 그 배우자의 연소득이 1억3,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일반재산이 12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수급자 선정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
의료급여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가족관계 해체나 부양 기피·거부 등으로 실제 부양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인정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따라서 가족 소득이 있으면 모든 기초생활보장 지원에서 제외된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정책적으로 점검할 부분은 이러한 예외가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충분히 보호하는지다. 가족의 지원이 단절됐더라도 그 사정을 설명하거나 증빙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예외 규정의 존재와 별개로 신청·심사 과정에서 보호 대상이 누락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청년 첫 취업 지원제도 역시 두 방향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부모의 도움을 충분히 받으면서 가구 분리로 지원받을 가능성과,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가족의 경제력 때문에 배제될 가능성을 모두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의 경제력과 실제 지원 관계를 확인하는 범위, 지원 단절을 인정하는 요건, 이의신청과 재심사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다만 확인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취약 청년이 신청을 포기하거나 지원이 늦어지는 문제도 함께 방지해야 한다.
형식적 구직활동을 가려내는 관리 체계도 과제다. 노동부는 수당만을 목적으로 한 참여가 의심되면 취업활동계획 수립·이행을 엄정하게 점검하고, 형식적인 활동이 적발되면 수당 감액·부지급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심 사례 탐지도 강화할 계획이다.
운영 과정에서는 반복적인 입사 지원 자체를 부정 참여로 단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채용 기회가 적거나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 성실한 참여자도 유사한 활동을 반복할 수 있다. 상담과 사실 확인, 당사자의 소명 절차를 갖춰 제재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성과 평가도 수당 지급 인원이나 이력서 제출 건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생계 부담이 큰 청년에게 취업 준비 시간이 확보됐는지, 훈련과 일경험이 실제 취업과 고용 유지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청년 첫 취업 지원제도의 핵심은 서류상 가족의 경제력과 당사자의 실제 생활 형편 사이의 차이를 줄이는 데 있다. 부모의 도움을 충분히 받는 청년과 생계 때문에 취업 준비조차 어려운 청년을 구분하되, 가족의 지원이 끊긴 청년은 보호해야 한다. 더 어려운 청년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원칙이 선정 기준과 취업지원 서비스에 함께 반영돼야 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