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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 전통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 [경북 전통시장] 김천 평화시장
  • 기사등록 2014-11-06 10: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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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시장이 있는 김천역 광장에는 마치 조형물과 같은 근사한 소나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고향집 마당,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는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김천역 광장은 백두대간의 한 자락인 고성산의 종착지로 백두산 정기가 모여지는 곳이다. 이 소나무는 김천역 광장으로 이식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 고사 직전까지 내 몰렸으나 현재의 김천역 광장자리로 이식 후 백두산의 기운으로 다시금 푸르게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소나무의 인사를 받은 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더 유명해진 경부선과 경북선 철교위에 있는 긴 육교이다. 맞은편에서 평화시장에 가기 위해서는 육교를 건너야 한다.

 

 

한 때는 아시아에서 가장 긴 육교였으며, 지금은 전국에서 제일 긴 육교를 정복(?)하고 싶은 충동에 육교 입구에서 끝까지 초록색과 빨간색 융단을 깔아 영화배우가 되어 레드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200m가 더 되는 육교를 걸으면서 곳곳에 전시된 그림도 감상하는 다른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터널의 숲이다.

 

 

육교를 지나면 바로 평화시장으로 들어선다. 평화시장,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화를 꿈꾸며 지은 시장이름일까?´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김천 상권의 중심축이 되는 평화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유명한 음식점이 눈이 들어온다.

 

 

1939년 창업하여 3대째 대물림하고 있는 70년 역사의 대성암본가초밥집이 초입에 있다. 이곳은 김천의 대표 맛 집 중 한 곳으로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다. 전혀 꾸미지 않은 빨간색으로 쓴 초밥집이라는 간판도 참 정겹다. 초밥이 맛있고 초밥을 파니 그냥 `초밥집´이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너무 어렵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런 이름은 오히려 신선하다.

 

 

초밥집에서 조금 더 시장으로 들어가면 중학교 시절부터 즐겨먹던 삼포분식, 파전분식이 눈에 띈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친구랑 둘이서 떡볶이 한 접시면 행복했던 그 시절, 풍경 속의 주인공이 된다. 일행과 함께 삼포분식으로 들어간다.

 

 

초밥을 먹은 후였지만 금방 구운 파전에 빨갛고 매운 떡볶이를 얹어서 먹던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었다.

 

 

장날이면 난전에는 각종 잡화를 파는 아저씨들이 부지런하고 건강한 삶이 묻어 난 각종 기구들이 반짝인다. 농산물은 기본으로 바다의 생선과 칼, 도마, 못, 전자계산기 등 웬만한 물건들은 이곳에 다 있다.

 

 

각종 그릇전과 가지런히 놓여있는 신발을 파는 난전을 지나며 시장 상인들의 부지런함과 삶에 대한 열정에 다시 한 번 운동화 끈을 조여 맨다. 평화시장에 오면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 가 다시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옷과 생필품을 늘어놓은 난전을 지나면 시장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순대국밥집이 있다. 우리집 순대 국밥집은 비가 오는 날이나 쌀쌀한 날이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비가 오거나 쌀쌀해지고 배가 고픈 날, 순대국밥 한 그릇 앞에 두고 막걸리 한잔 한다면 모든 시름이 다 풀릴 것 같은 영상이다.

 

 

김천역을 중심으로 길게 늘어선 대로변의 노점은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평화시장의 또 다른 특색 있는 매력으로 도로 양쪽 상가에는 현대식 브랜드들이 젊은 층을 유혹하는 반면, 도로변의 노점에는 시골의 인심과 향기를 담고 있는 나이 든 어르신들이 구수한 사투리로 옛정을 쏟아낸다.

 

 

김천 장날, 평화시장은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다. 할머니들은 장터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고, 아껴 둔 쌈지돈 얼마면 훌륭한 하루 놀이터가 되기도 하는 곳이며, 곳곳에 묻어있는 고향의 정취, 고구마 줄기를 손질하는 할머니의 거친 손에서는 삶의 거룩함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많이 벌지는 못해도 틈틈이 모은 돈을 가끔 찾아오는 손자들에게 용돈으로 주면서 함박웃음을 짓는 곳, 사람냄새가 나는 곳, 언제 찾아가도 내 고향을 느끼게 하고 그리운 할머니, 어머니를 느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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