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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얼굴이 삶에 쉼표를 주라한다 - 경북 구미시 선산읍 `선산장터´
  • 기사등록 2014-10-27 09: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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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물건으로 길게 늘어 선 선산장날의 풍경은 각양각색 우리의 삶과 같았다. 맵고, 짜고, 시고, 떫은 갖가지 삶의 형상들이 차가운 장바닥에서도 은은한 삶의 향기로 꽃을 피운다.

 

 

복잡한 장터길을 걷다보면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커다란 찜통에는 문어, 소라, 홍합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간이 탁자에는 볼 붉은 사람들의 여유로운 얼굴이 삶에 쉼표를 주라한다. 새벽부터 일몰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산장터의 장꾼들, 그리고 사람, 사람들…·

 

 

없는 것 없는 그곳에서 엄마 손 잡고 장터를 구경하던 그 옛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어린 시절 엄마 손 잡고 오던 시장, 장날이면 왠지 설렜다. 맛있는 고기반찬, 생선반찬 그리고 때론 시장에서 예쁜 치마를 사 주시기도 하셨다.

 

 

구미시 선산에는 끝자리가 2일, 7일인 날이면 장이 선다. 공영주차장이 꽉 차고도 모자라 길가에 주차된 차들로 온 거리가 붐빈다. 이곳에 오면 재래시장이 인기가 없다는 말은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엔 대형할인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풍경들이 우리 눈과 맘을 즐겁게 한다.

 

 

시장 입구부터 우리의 발걸음을 붙드는 갖가지 먹거리들, 시장 구경도 우선 먹는 것으로 시작이다. 술빵을 사서 원탁에 둘러앉았다. 입에 맞는 음식을 사서 둘러 앉아 먹을 수 있도록 원탁의 탁자와 의자를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사람들을 위한 장터의 배려가 돋보였다. 옆 테이블엔 탁주에 갖가지 안주로 정을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콩나물시루를 보니 방 윗목에 검은 천을 덮은 콩나물에 물을 주시던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손과 따스한 미소가 그리워진다. 검은 콩이 들어 간 먹음직한 두부, 백화점의 시식코너보다 더 푸짐하다. 그 옆에는 썰어놓은 칼국수가 탑을 쌓고 있다. “이천원치 주세요” 듬뿍 담으시는 할머니의 손길이 삼천원치도 더 되는 것 같았다.

 

 

닭이 노릇하게 튀겨지고 떡갈비 냄새에 입엔 또 침이 고인다. 양과자 집에서는 소쿠리에 취향대로 과자를 담는다. 맘껏 담아도 삼천원, 게다가 두 줌이나 더 덤을 주신다. 주는 맘, 받는 맘으로 웃음꽃이 피는 장터이다.

 

 

10켤레 5천원, 양말을 파는 아저씨의 우렁찬 목소리에 끌려 우리 일행은 색색의 양말을 고른다. 가방 한 가득 양말을 넣고 다음 장소로 출발~

오징어튀김, 새우튀김, 각종 야채튀김을 파는 곳에서 우린 또 튀김을 먹는다. 선산장에 올 때는 꼭 허기 진 채로 와야 할 것 같다. 배도 허기지고 삶에 지쳐 마음도 허기가 졌을 때 선산장터에 오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금방 튀겨낸 튀김에 주인장의 비법이 담긴 특별소스를 솔로 발라서 바삭바삭한 튀김 맛을 즐긴다.

 

 

주인장의 돈 통에는 돈이 가득, 우리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길모퉁이엔 새 주인을 맞을 생각에 들떠 있는 강아지들이 꼬물거린다. 강아지 옆에는 토종닭이 `꼬기오´ 하고 연신 울어댄다. 토끼는 빨간 눈을 깜박이며 주인을 기다린다.

 

 

난전의 옷집은 백화점의 조명보다 더 밝고 환한 햇살아래 알록달록 화려한 색의 다양한 옷들이 걸려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취향에 맞는 옷과 양말을 고르고, 우리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맛보았다.

 

 

대형마트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거리 상인들의 인심과 미소, 한국인의 정을 표현하는 덤의 문화까지 선산입구부터 선산성당까지 700여미터 길이 복개천을 따라 한 줄로 길게 늘어 선 선상장터에서는 가끔씩 옆으로 새더라도, 막걸리 한 잔하며 한잔의 여유를 즐겨도 될 만큼 편안한 곳이다. 2일, 7일 정다운 이들과 선산장날 풍경,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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