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후보가 세종시장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시의회 지역구 18석 가운데 16석을 확보하면서 세종 정치지형이 크게 재편됐다. 이번 결과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와 시정 변화 요구, 정권 교체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민심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상호 세종시장 당선인과 세종시청·세종시의회 전경을 합성한 이미지.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세종시장 선거 승리와 함께 시의회 지역구 18석 가운데 16석을 확보하며 세종시정의 주도권을 확보했다. 행정수도특별법 추진과 국회세종의사당·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 등 주요 현안 추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세종 민심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고 분명한 선택을 했다. 세종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상호 후보는 61.1%를 득표하며 35.9%를 얻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를 25.2%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특히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약 5.7%포인트 차로 꺾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세종 민심이 크게 이동한 셈이다.
시의원 선거 결과는 더욱 극적이었다. 민주당은 지역구 18석 가운데 16석을 확보했고 국민의힘은 제3선거구와 제5선거구 등 2석에 그쳤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결과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사실상 시의회를 주도할 수 있는 압도적 의석 구조를 확보한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결과를 단순한 정당 지지 현상이 아닌 세종시민들의 집단적 정치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장 큰 배경으로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세종시는 출범 이후 행정수도 완성을 도시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행정수도특별법 제정과 국회세종의사당,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 등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민들의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전면에 내세우며 행정수도 완성의 적기론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중앙정치 지형 변화 속에서 상대적으로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권 효과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실시된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여당 우세 흐름이 나타났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 지지세가 강했던 세종에서도 그 흐름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최민호 시정 4년에 대한 평가도 중요한 변수였다. 최민호 전 시장은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추진,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세종빛축제, 세종보 활용, 한글문화도시 조성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했지 지역 정치권과 일부 시민사회에서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교통·상권·민생 분야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세종빛축제, 세종보 활용 정책 등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인사 문제, 소통 부족 논란, 일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일방성 논란 등이 선거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면서 시정 전반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막판 후보들의 전략 차이 역시 주목받고 있다. 최민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까지 관내 식당과 상가 등을 돌며 밤늦게까지 지지를 호소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선거 후반부에는 상대 후보와 민주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반면 조상호 후보는 행정수도 완성과 민생 회복, 자족기능 확충,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을 중심으로 정책 선거를 이어갔다. 상대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최소화하면서 중도층 확장과 미래 비전 제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러한 선거 전략의 차이가 결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선거 막판 공방보다 행정수도 완성과 지역 발전 비전을 제시한 후보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의 조직력 약화도 패배 요인으로 거론된다. 민주당은 조상호 후보를 중심으로 국회의원과 시의원 후보들이 사실상 원팀 체제를 구축하며 조직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장 선거와 시의원 선거를 동시에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조직적 결집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조상호 당선인이 출범시킬 새 시정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 당선인의 첫 과제로 인수위원회 구성과 조직 개편, 산하기관 인사 방향 설정을 꼽고 있다. 민주당이 시정과 의회를 동시에 확보한 만큼 보은인사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능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가 새 시정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최민호 시정의 대표 사업인 국제정원도시박람회에 대한 재검토 여부도 관심사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사업 규모와 예산 투입 규모, 경제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조상호 시정 출범 이후 사업 전반에 대한 타당성 점검과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종보 정책 역시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민호 시정이 세종보 활용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민주당과 환경단체는 수질과 생태계 영향 등을 이유로 우려를 제기해 왔다. 향후 운영 방향과 활용 방안을 둘러싼 정책 조정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글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글문화도시는 특정 정파를 넘어 세종시의 도시 정체성과 직결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방향의 일부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기본 골격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상호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로는 행정수도특별법 추진이 꼽힌다. 현재 국회에서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행정수도특별법이 논의되고 있으며,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건립도 주요 국가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위헌성 검토와 공청회 필요성 등이 제기되며 심사가 지연됐지만, 향후 공청회와 추가 논의를 거쳐 본격적인 입법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조상호 시장 당선, 민주당 중심 시의회 구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형성되면서 세종시는 출범 이후 가장 강력한 정치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는 기회인 동시에 책임이기도 하다.
시장과 시의회, 중앙정부가 모두 같은 정치적 기반 위에 놓인 만큼 앞으로는 중앙정부나 야당을 이유로 성과 부진을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시의원들의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는 과거 일부 재선 의원들이 초선 의원들을 이끌고 의회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높이는 역할보다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등 의회 내 직책 확보와 정치적 입지 강화에 더 집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시민들은 이들이 단순히 의회 권한 확보에 머무르지 않고 초선 의원들과 협력하며 정책 역량을 높이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역구 18석 가운데 16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 과정이 자리 배분 경쟁으로 비쳐질 경우 압승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압도적 다수 의석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시민들은 누가 의장이 되느냐보다 의회가 시민 삶을 얼마나 변화시키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만약 시의회가 민생과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의회 권력 배분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번 압승이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세종시민들이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라기보다 행정수도 완성과 도시 발전, 그리고 시정 변화에 대한 강한 요구를 담은 선택으로 해석된다.
세종 민심은 이번 선거를 통해 조상호 시정과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도 함께 부여했다.
앞으로 4년은 행정수도 완성과 지역 발전이라는 시민들의 기대를 실제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시간이다. 조상호 시정과 민주당 주도의 시의회가 그 기대에 부응할지, 아니면 권력 독점의 함정에 빠질지는 향후 4년간 세종 정치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