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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잘했나’보다 ‘모두가 잘할 수 있도록’
  • 기사등록 2018-12-26 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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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학교에 가장 가기 싫은 날은 언제였을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던 날에는 시험 치르는 날과 함께 성적표를 받는 날이 있었다. 시험 치르는 날의 긴장감과 기대와는 어긋난 성적으로 고통스러웠던 탓에 학교생활의 추억마저 그다지 달갑지 않게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2017년 6월 교육부는 중·고등학교에서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일제고사를 폐지했다. 전국에서 같은 시험문제로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 일제히 치르기에 일제고사로 불리던 이 시험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학습 부진아 진단과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시행했다. 


이로 인해 학교현장은 줄 세우기 식의 경쟁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고 사교육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결국 2013년 본연의 목적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여론에 의해 초등학교가 먼저 폐지되었고 다시 4년 만에 중등마저도 폐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일제고사는 그동안 지역 간 및 학교 간 등수 경쟁으로 인해 학교 점수 올리려고 일어나는 부작용이 많아 교육계는 다수가 폐지를 주장해왔다. 전국의 학생들이 매년 일정한 시기마다 국어·수학·영어 과목 시험에서 똑같은 문제를 풀면서 출제자의 의도에 자기 생각을 일치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냐는 것이다.


 또 학교에서는 성과를 높이기 위해 아침 자율학습 시간, 정규 수업 시간에 일제고사 대비 문제 풀이를 시켜야 했다. 심지어는 지역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하여 점수 높이기 대책을 논의하고 시험을 앞두고 중학교에서는 야간 보충수업과 강제 자율학습 실시하는 등 학교별로 과열현상이 나타났다. 


교육평가는 그 목적이 학업성취에 점수를 부여하고 순위를 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결손의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모색하고, 다음 학습과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학교에서는 평가가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평가를 위한 존재로 전락한 현실이 문제이다. 교육의 목표가 점수 따기로 변질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오로지 소위 일류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 후 소득이 많은 직업을 갖는 것에 있다. 그래서 아이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 공교육을 불신하고 사교육에 매달리고 내 아이의 성적을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 위해 각종 평가에 매달리게 된다. 특히 높은 비용의 시험 충족형 사교육에 매달리는 계층일수록 일제고사와 불수능(난이도가 높은 수능)에 대한 욕구가 크다.


 왜냐면 귀족형 학원과 족집게 과외 같은 높은 사교육 비용을 지불할 능력을 갖고 있는 계층들일수록 줄세우기 경쟁에 매달린다. 고비용의 사교육으로 입시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뿐 아니라, 가장 공정하다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이만 잘 된다고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행복할까?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가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평가는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대학 진학에 필요한 요소를 판별할 수 있도록 만드는 평가이다. 학교 내신 성적도 수능 성적도 마찬가지이다.


둘 다 상대 평가로 등급을 나누어 최우수 학생이 세칭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데 가장 효율적인 제도이다. 엘리트 중심의 수월성 교육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학교의 교실에서는 단 한 명의 일등만이 존재하는 교실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교육선진국이라는 북유럽이나 유대인들의 교육에서는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1등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10km 완주’라는 교육과정이 있다면 이 거리를 모든 학생이 완주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우리 교육에서는 일등에서부터 꼴찌까지 등수를 매겨 상위권의 일부 학생만 보람을 느끼는 상황이다. 참여한 모든 아이들이 완주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살펴주고 어려운 학생을 서로 도와주는 협력적인 모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많은 초등학교와 일부 혁신 중등학교에서는 일제식 평가인 중간·기말고사를 없애고 '과정 중심 수시 평가'로 학생 개인의 성취 기준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그 과정을 평가함으로써 줄 세우기를 하지 않는다. '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도 발표와 과제 그리고 협력수업 등으로 수업참여도가 높아지고 교실이 경쟁이 아닌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다.


21세기의 교육은 저마다 다른 소질과 개성을 최대한 계발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은 서로를 경쟁하는 상대가 아닌 더불어 힘을 모으고 도움을 주고받는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더불어 만들어가는 행복한 교육 공동체가 가능해진다. 그렇게 성장한 학생들이 스스로 행복하고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전교육연구소장 성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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